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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보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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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뉴스1, 강 민 경 기자]

 

 

 

2일 (현지시간) 우크라이나 군이 탈환한 키이우 인근 부차 거리에 파괴된 러시아 군 탱크와 장갑차가 보인다. © 로이터=뉴스1 © News1 우동명 기자


러시아군이 후퇴한 우크라이나 수도 키이우 인근에서 잔혹한 민간인 학살의 흔적들이 보고되고 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3일(현지시간) 전했다.

WSJ는 이날 키이우 외곽 도시 부차발 기사에서 인권단체들과 현지 주민들의 증언을 인용, 러시아군의 전쟁범죄 증거들이 뚜렷하게 나타나고 있다고 전했다. 

 

인권감시단체 휴먼라이츠워치(HRW)는 지난 2월27일부터 3월14일까지 러시아군이 체르히니우와 하르키우, 키이우 등지에서 여러 전쟁범죄를 저질렀다고 보고했다.


HRW는 이 지역에서 강간과 최소 6명의 남성에 대한 즉결 처형, 음식·의류·장작 등 민간인 재산에 대한 약탈 등의 범죄가 발생한 것으로 파악했다.

휴 윌리엄슨 HRW 유럽·중앙아시아 담당국장은 “우리가 문서화한 사건들은 차마 입에 담을 수 없을 만큼 고의적인 잔인함과 폭력을 수반한다”고 한탄했다.

특히 부차에서는 러시아군이 점령한 기간 중에 살해당한 것으로 추정되는 100여 구의 민간인 시신이 발견됐다. 이들 중에는 손이 뒤로 묶인 채 뒤통수에 총상을 입은 사람들이 많았다.

부차 시 당국은 집단 가묘에 묻힌 시신의 숫자를 118구로 집계했다. AFP통신은 현지 당국을 인용해 이 지역의 사망자 수가 280명을 넘는다고 전했다.

아나톨리 페도루크 부차 시장은 “마당, 길거리, 공원, 광장에 있는 묘가 몇 개나 되는지 아침에 더 정확히 계산할 것”이라며 “여기서 일어난 일을 묘사하는 데 ‘범죄’라는 용어는 너무 가벼운 것 같다”고 말했다.

 

2일 (현지시간) 우크라이나 군이 탈환한 키이우 인근 부차에서 러시아 군에 숨진 민병대원의 신체 일부가 보인다. © 로이터=뉴스1 © News1 우동명 기자


우크라이나 검찰총장실은 지난 며칠간 키이우 일대에서 민간인 시신 410구가 수습됐으며, 이들 중 약 140구가 법의학 전문가들의 검시를 받고 있다고 밝혔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CBS방송 인터뷰에서 “손이 뒤로 묶인 사람들과 목이 잘린 사람들이 발견됐다. 어린이들도 고문을 당하고 살해됐다”며 “두 아이의 아버지이자 한 나라의 대통령으로서, 이런 짓을 저지른 사람들이 감옥에 갇힌다 해도 너무나 부족한 처벌이 될 것”이라고 항의했다.

러시아군의 잔혹행위는 서방 정부들의 거센 반발을 낳고 있다. 샤를 미셸 유럽연합(EU) 정상회의 상임의장은 러시아군의 잔학 행위에 큰 충격을 받았다며 이들의 행동을 ‘학살’(massacre)이라고 지적했다.

WSJ는 러시아군의 전쟁범죄 증거가 일부 국가가 러시아로부터 석유와 천연가스를 계속 구매하는 것을 정당화하는 것을 어렵게 할 수 있으며, 현재 진행 중인 우크라이나-러시아 간 평화 협상을 복잡하게 만들 수 있다고 전했다.

우크라이나 국방부는 러시아군이 5주 이상 점령했던 부차와 키이우 인근 지역에서 대량 학살이 발생했다면서 이를 세르비아군이 8000여명의 보스니아 이슬람교도를 학살했던 1995년 스레브레니차 대학살에 빗댔다.

우크라이나군은 지난 2일 부차의 시청 건물에 다시 국기를 게양했다. 부차 방위대의 부사령관인 안드레이 벨라티는 “이 도시는 이제 완전히 우리 것으로 돌아왔다”며 자축했다. 그러나 러시아군이 퇴각 전 건물에 수류탄으로 된 부비트랩을 설치했기 때문에 안전하지 않다고 그는 지적했다.

 

2일 (현지시간) 우크라이나 군이 탈환한 키이우 인근 부차 거리에 숨진 러시아 군의 모습이 보인다. © AFP=뉴스1 © News1 우동명 기자


부차에서 러시아군이 할퀴고 간 흔적은 뚜렷하게 남아있다고 WSJ는 전했다. 부서진 러시아 탱크와 장갑차들은 녹슨 채 남서쪽 진입로에 흩어져 있고, 큰 창고의 벽은 함몰돼 있었으며, 휴전 깃발이 꽂힌 빨간 르노 자동차에 총탄이 박혀 있었다. 탱크에 짓눌린 차들은 알루미늄 캔처럼 납작해졌고, 쇼핑몰은 겉이 새까맣게 탔으며, 무용학교는 검게 그을었다.

한 차고에서 발견돤 여성의 시신은 반쯤 탄화되어 있었다. 20구의 민간인 시신들은 한 유리 공장 근처에 버려져 있었다. 부차에 주둔하는 우크라이나군 사령관 바실리 슈체르바코프는 “러시아군이 마을 사람들의 시신을 안치하는 것을 금지했다”며 사망자 수를 셀 수가 없는 수준이라고 토로했다.

한 여성은 “우리 집 마당에서만 죽은 사람이 여섯 명”이라며 “시신을 어디론가 가져가는 게 허락되지 않아 그들은 그 자리에 묻혔다”고 말했다.

시신을 싣고 가는 트럭의 인근에는 짝 맞는 부츠를 신은 다리가 한 짝씩 발견됐다. 그 근처에서는 시신의 머리와 몸통도 발견됐다. 우크라이나 군은 “개들이 (시신을) 먹고 있다”고 말했다.

’해피 라이프’라는 상호의 가게 옆에 서 있던 한 군인은 “우리는 맨홀 안에 시체가 가득 채워져 있는 걸 발견했다”며 “(러시아군이) 수류탄을 던진 것 같다”고 추정했다.

한 남성의 시신은 자전거를 탄 채 옆으로 쓰러져 그대로 방치돼 있었다. 눈은 동물에 파먹힌 채였다. 또다른 남성의 시신 곁에는 감자 한 봉지가 널브러져 있었다.

시내 교회 인근의 한 구덩이에서는 시체들이 아무렇게나 방치돼 있었다. 시신의 팔꿈치나 무릎, 운동화가 보였고, 시신 한 구는 비닐 쇼핑백에 싸여 있었다.

비탈리 클리치코 키이우 시장의 형인 블라디미르는 “푸틴이 집권하는 한 이런 행위는 결코 멈춰지지 않을 것”이라며 눈시울을 붉혔다.

 

2일 (현지시간) 우크라이나 키이우 인근 부차에서 러시아 군의 포격을 받아 파괴된 건물과 차량의 모습이 보인다. © AFP=뉴스1 © News1 우동명 기자


우크라이나 검찰은 이미 러시아 군부와 정치 지도부를 포함한 205명을 이런 전쟁 범죄의 용의자로 지목했다. 부차의 페도루크 시장은 현재 시 당국이 우크라이나 법 집행기관과 협력해 이곳에서 일어난 일을 기록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러시아군의 만행을 (전쟁범죄로) 규정하는 건 이미 가능하다”며 “나중에 여기에서 전쟁범죄가 일어났다는 것을 증명할 수 있는 서류를 만들고 있다”고 말했다.

우크라이나는 앞서 국제형사재판소(ICC)에 자국 영토에서 발생한 전쟁 범죄와 반인륜 범죄를 조사할 권한을 부여했다. 지난달 카림 칸 ICC 검사는 우크라이나에 조사단을 파견하고, 목격자들이 전쟁범죄 증거를 신고할 수 있는 온라인 포털을 개설했다.

유엔 인권이사회도 우크라이나 내 인도주의 법 위반 증거를 수집하기 위한 독립 조사위원회 결성을 승인했다. 그러나 안보리 상임이사국인 러시아가 거부권을 가지고 있어 유엔이 특별 전범 재판소를 설치하는 건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고 WSJ는 전망했다.

여러 증거 속에서도 러시아 국방부는 부차 지역의 관련 보도를 “우크라이나 측의 또다른 도발”이라며 부차가 점령당한 기간 동안 폭력을 당한 주민들은 없었다고 주장하고 있다.